기레기,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언론 기사에 불만을 표현하며 기자를 비난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죠.
주요 언론 기사에는 늘 이 '기레기'라는 비판 댓글이 따라붙곤 하는데요.
한 누리꾼은 지난 2016년 자동차 관련 기사에 '기레기'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기자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욕죄가 성립된다며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기레기'라는 표현은 모욕적"이지만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며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기레기'라는 단어는 기사와 기자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데다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는데요.
판결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며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과 "막말을 부추기는 것이냐"며 "표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나왔습니다.
또 "지난 2005년 목사에게 '뻔뻔이'라는 표현을 쓴 교인들의 모욕죄는 인정됐다"며 다른 판례를 언급하는가 하면 "언론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언론의 보도 관행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언론 자유도를 180개국 가운데 42위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게 평가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인 스스로 느끼는 언론 자유도 역시 지난 10년 이래 가장 높았는데요.
반면, 지난해 세계 주요 40개국에서 진행된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은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언론을 신뢰한다는 우리 국민은 5명 가운데 1명꼴인 21%에 불과했습니다.
언론의 자유도와 신뢰도가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죠.
'기레기'.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 받아쓰기, 베껴 쓰기 관행이 불러온 우리 언론의 씁쓸한 성적표가 아닌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뉴스가 있는 저녁 안귀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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